AI 전문 분석 웹사이트 ‘Moore’s Law Is Dead’를 운영하는 Tom이 최근 공개한 글이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오픈AI가 10월 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 동시에 초대형 DRAM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이 일이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는 것이다.

본지는 해당 내용을 한국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했다.
지난 11월 초까지만 해도 32GB DDR5 메모리는 100달러대였다. 그러나 3주 만에 33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의 한 소매업체는 “RAM 제조사가 오히려 우리에게 재고가 남아 있는지 되묻는 상황”이라고 밝혔고 한 완제품 PC 업체는 “지금 주문하면 2026년 12월에 받을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가격 폭등이라는 결과만 보면 일시적 공급 차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계 전반이 예상하지 못한 초대형 충격이 겹친 결과다.
가장 먼저 꼽히는 요인은 오픈AI의 비공개 DRAM 대량 확보다. 10월 1일, 오픈AI는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와 각각 별도의 계약을 체결해 세계 DRAM 생산량의 약 40%에 접근하는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오픈AI가 한국을 방문해 양사와 접촉한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지만 양쪽과 거의 동시에 이 정도 규모의 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두 회사 역시 상대방이 어떤 규모로 계약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긴밀히 봉인된 NDA(비밀유지계약)를 기반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업계에서는 “한쪽이 저 정도를 내줬다면 우리는 덜 내도 되지 않나”라고 판단할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계약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이 계약 규모가 공개되자마자 나타났다.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하이퍼스케일러, AI 경쟁사들이 일제히 패닉에 빠졌다. 오픈AI가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는 것에 놀란 게 아니라 ‘이런 움직임이 왜 아무에게도 포착되지 않았는가’가 더 큰 공포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우리 공급사도 이런 계약을 숨기고 있을 수 있다” “지금 확보하지 않으면 2027~2028년까지 메모리를 못 살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냈다. 결국 경쟁사들이 앞다퉈 시장에 남은 재고를 긁어모으는 상황이 벌어졌고 패닉 바잉이 가격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더 악화시킨 배경도 존재했다. 2025년 여름 내내 메모리 가격이 하락한 탓에 기업들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안전재고를 최소화한 상태였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으로 인해 DRAM 제조 장비의 중고 거래가 사실상 멈춰 있었고, 과거라면 저가 브랜드들이 구형 장비로 생산량을 보충했을 텐데 그 역할을 하는 업체들이 모두 멈춰 있었다. 완충 장치가 사라진 시장에 오픈AI의 대형 계약이 투하되자 가격은 방어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튀어 올랐다.
이 대란을 더 우려스럽게 만드는 대목은 오픈AI가 확보한 물량을 ‘완제품 RAM’이 아니라 ‘가공되지 않은 DRAM 웨이퍼’ 형태로 가져갔다는 점이다. 웨이퍼는 아직 모듈로 조립되기 전의 원판 같은 것이다. 심지어 오픈AI가 실제로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업계에서는 “경쟁사 훈련용 메모리를 고갈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AI 모델의 크기와 학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DRAM은 사실상 AI 경쟁의 연료와도 같다.
가장 큰 피해는 소비자 영역에서 즉시 나타나고 있다. DDR5 공급 부족은 SSD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일부 그래픽카드는 메모리 수급 불안 때문에 출시가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소 PC 제조사는 재고 확보 능력이 약해 가장 먼저 생산 차질에 직면할 전망이다. 반면 스마트폰과 노트북 제조사는 장기 계약이 많아 충격이 비교적 늦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반도체 시장의 변동이 아니라 AI 기업들의 ‘규모 경쟁’이 실제 산업 공급망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분석된다. DRAM은 서버 확장, 모델 학습, 추론 처리 등 거의 모든 AI 운영의 핵심 자원이다.
AI 경쟁이 속도전으로 치닫는 지금, 메모리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경쟁우위라고 판단한 기업이 가장 빠르게 움직였고 그 여파를 전 세계가 감당하게 된 셈이다.
오픈AI의 다음 행보가 무엇인지, 경쟁사와 메모리 업체들이 어떤 대응 전략을 선택할지, DRAM 가격이 어느 시점에 안정될지 등은 앞으로 기술 산업 전반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AI 경쟁이 GPU에 이어 메모리 시장을 집어삼킨 이번 사태는 향후 더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